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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취향 큐레이터,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

2023.08.11


공간 취향 큐레이터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

집, 학교, 회사, 공원, 백화점, 차 안…. 우리는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내게 좋은 기운을 주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정신을 쏙 뺄 정도로 산만한 공간도 있고, 불운한 일만 일어날 것처럼 암울한 공간도 있죠.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 전명희 대표는 이처럼 우리가 공간에서 느끼는 여러 감각을 공간 감수성이라 설명합니다. 그리고 공간 감수성은 공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무럭무럭 자라난다고 말해요.


글ㅣ전민지, 사진ㅣ김재이

 

전명희 대표가 운영하는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조금 특별한 부동산입니다. 지역이나 위치, 예산, 면적보다는 공간의 매력에 주목하거든요. 누군가의 취향에 알맞은 공간을 찾고, 전 대표가 그 공간에서 느낀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눈여겨보면 좋은 특장점을 정성껏 설명하고 소개합니다.


# 건축이 좋아
 건축을 포기한 건축학도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별집)는 왜 그리고 어떻게 등장하게 된 걸까요?

전 대표는 공간의 매력을 말하는 도쿄R부동산의 방식에 매료됐다고 해요. 학부에서는 건축 설계, 대학원에서는 CMConstruction Management을 전공했지만, 업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거든요.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에서 방황하던 그는 우연치 않은 기회로 일본 도쿄R부동산의 간담회에 참석했고, 그날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한 2~3달은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요.

“도쿄R부동산은 건축 전공자들이 모여서 만든 플랫폼이에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매물을 공간의 매력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기로 유명해요. 고객은 마치 잡지를 읽는 것처럼 공간의 무드를 읽고 상상하죠. 도쿄R부동산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요동쳤어요.

하야시 아쓰미 대표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로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무작정 도쿄행 티켓을 끊었어요. 일본어도, 영어도 유창하지 않지만, 그날의 대화를 또렷하게 기억해요. 저에게 ‘난 부자가 아니다’고 하셨어요. 아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도쿄R부동산 같은 형태의 중개업이 정말 하고 싶다면 1~2년이라도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을 먼저 경험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공인중개사 시험을 봤어요. 2년 정도 로컬 부동산에서 일한 뒤, 별집을 열었고요. 만약 그때 그분을 안 뵙고 별집을 열었다면 운영을 지금처럼 못했을 것 같아요. 시장에 속해봐야 내부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파악할 수 있잖아요.”

별집은 도쿄R부동산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로컬 부동산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매물을 소개하고, 로컬 부동산에서는 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좋은 공간을 선택하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별집이라는 이름도 별집의 방향성을 담아 지었죠. 별별別別이라는 단어 뜻처럼 보통과 다른 갖가지의 공간을 모아두었다는 의미로 을 선택했고요.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떠올리며 을 택했어요. 중요한 것을 체크할 때 별표를 하듯이 집을 소개하고 선택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과정이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해요.

“설계에 재능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건축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죠. 건축이라는 학문이 정말 좋았거든요. 건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건축과 관련한 일을 한다는 기쁨이 있어요. 제가 소개하는 공간과, 공간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인해 공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게 좋아요. 다소 비효율적인 업무 방법이긴 하지만요.”


# 당신의
 공간 감수성을 위해


별집 전명희 대표의 업무는 건축가들의 작업 현황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감각 있게 집을 짓는 건축가들의 SNS나 사이트를 둘러보며 연락을 남기죠. 요즘은 별집에 직접 의뢰하는 건축가와 건축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매물은 무조건 방문해 직접 눈으로 봅니다. 집의 구조와 상태, 특징 등 기본적인 정보에 채광의 정도와 동네의 분위기, 시설 등 놓치기 쉬운 정보를 수집해요. 공간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예비 임차인들이 방문하기 전에 미리 공간과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그 공간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 어떤 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요.

광각 렌즈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일맥상통해요. 광각 렌즈는 공간을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없을 때만 사용하고, 사용한 이유를 솔직하게 고백해요. 그저 넓어 보이게끔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좋은 집을 정직하게 소개하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공간에 방문하기 전에 도면과 3D 같은 자료를 요청해요. 그것만 봐도 제가 가야 할 곳인지 아닌지 판단되는 공간이 있어요. ‘안 가도 되겠다’ 싶은 공간은 대개 평면도가 2층, 3층, 4층 동일하게 올라가요.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고 기능적인 요소도 꼼꼼하게 잘 넣었지만, 예쁜 인테리어 말고는 소개할 게 없는 경우가 있어요. 잘 팔리게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공간까지 별집에서 다루기 시작하면 별집의 특색이 금세 사라져버릴 거예요. 공간을 소개하는 일의 즐거움도 함께요.

그렇다고 별집에서 중개하는 매물이 전부 독특하지는 않아요. 수익형 부동산이 대부분이라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개성이 너무 강하면 거래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요. 평균적인 선에서 약간의 차별점, 의외성이 있는 집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소개하고 있어요. 별 거 아닌 것 같은 작은 차이가 모여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니까요.”

별집에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온 매물을 소개한다.’ 공간을 진정성 있게 중개하기 위한 원칙이에요. 그러다 보니 서울·경기권 위주의 매물이 대다수예요. 하지만 별집 사이트에는 강원도나 제주와 같은 다른 지역 매물도 종종 게시되곤 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소개하고 싶은 공간을 쫓아 중개하는 부동산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리적 여건 때문에 고민일 때가 있어요. 고객이 찾을 때마다 매번 이동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소유자가 고객을 응대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이후 단계부터는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이야기를 나누죠. 직접 보고 오고 그에 대한 정보를 글과 사진으로 남겨두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지방에서 연락이 오면 다 거절했다고 해요. 방문해서 공간을 취재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사이트에 올리는 일련의 과정에 비해 중개 보수가 메리트 있는 편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궁금한 공간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고, 직접 가서 봤을 때의 느꼈던 매력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에서 중개하기 시작했어요. 로컬에서 소화가 어려워 별집까지 연락을 주는 건축가와 건축주의 마음도 헤아리게 되었고요. 지방에도 이렇게 특색있는 공간이 있다는 걸 알리고 소개하는 역할을 기꺼이 자처하게 된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집이에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TV에서 한창 유행했던 집방 프로그램도 한몫했고요. 거주 공간으로서의 집, 투자 목적의 집에서 인테리어로, 이젠 분위기를 비롯해 창의 위치나 크기, 층고, 채광과 같이 공간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저는 이 관심을 공간 감수성이라 생각해요. 공간 감수성이 발달해야 건축 문화가 발전할 수 있죠”



공간 감수성. 낯선 용어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익숙했어요. 좋고, 나쁘고, 포근하고, 따뜻하고, 즐겁고, 오래 머물고 싶고. 이런 모든 감각을 뜻하는 단어였어요. 공간 감수성을 키우면 공간에 갖는 관심이나 공간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해요. 별집이 관심과 시야의 확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요.

“대상이 무엇이든 좋아하는 마음, 의욕이 내면에 없으면 감각을 기르기 어려우니까요.”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전 대표는 아파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아파트 키즈’입니다. 5층짜리 낮은 아파트였죠. 같은 층에는 조부모님이 거주하셨어요. 현관을 열고 건너가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던 하루하루가 추억으로 남아있죠. 집이라는 공간이 아파트로 획일화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고 해요. 상대적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거주 형태이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이자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말하죠. 다만, 일반 아파트는 중개하고 있지 않아요. 오래된 맨션 형태의 아파트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으니까요.

“아파트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어요. 아파트 구조가 맞는 사람이 있고, 빌라나 단독 주택 생활이 맞는 사람이 있죠. 누군가는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매할 수도 있고요. 삶의 형태는 다양하니까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집을 보는 기준이 아파트가 된다는 거예요.

구조나 면적을 볼 때, 비교 대상이 대부분 아파트예요. 그 기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다양한 곳에 살아봐야 공간을 볼 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겨요. 이 집에서는 이러이러한 점이 좋았고 이러이러한 점이 나빴다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아파트에만 살아보고 아파트만이 기준이 되니까 아쉽죠.”



집의 기본 요소를 잘 갖춘 상태에서 사소하게나마 다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전 대표는 그러한 공간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공간 감수성이 한 스푼 더해진 차별성을 깨닫고 집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준다고 설명해요.

“내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집은 없어요. 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해요. 눈을 흘기며 마음에 걸리는 점을 계속 찾다 보면 안 좋았던 집 중에서 그나마 덜 안 좋은 집에 살게 되는 거잖아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요건을 충족하는 집 중에서 ‘여기 괜찮네’ 혹은 ‘뭔가 나랑 잘 맞을 것 같은데?’ 같은 느낌을 탐색하면 좋은 집, 좋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별집은 올해로 꼬박 4년을 채웠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한 중개업은 누군가의 취향을 깨닫게 하고, 누군가에게 공감 감수성을 선사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감사한 인연을 맺게 했어요.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걸 원치 않는 별집은 느리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을 묻자 전 대표는 처음 별집을 준비하던 시기를 다시금 떠올렸어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별집을 응원해 준 첫 번째 의뢰인이자 첫 번째 건축주가 기억에 남는다고요.

“한 공공 프로젝트에서 만난 건축가분과 친해지면서 ‘요새 이런 거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넌지시 말을 꺼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계획만 말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며, 완공 직전인 프로젝트의 건축주와의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그렇게 전농동에 있는 유일주택의 건축주분을 만나게 되었죠. 부모님이 임대업을 하셨었지만 본인이 직접 건물을 지어서 임대하는 건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새로운 중개 방식에 난색을 보이실 수도 있었지만, 거부감 없이 정말 흔쾌히 ‘함께 하자’고 하셨죠. 그게 인연이 되어서 현재도 별집에만 의뢰하고 계세요.

가끔 미술관에 가기도 하고 전시회를 가기도 하고, 차도 마셔요. 유일주택을 보여주러 고객과 함께 가면 ‘또 밥 안 먹었죠?’ 하면서 식사도 챙겨주시고요. 건축주분도 유일주택에 거주하고 계시거든요. 지금은 의지할 수 있는 끈끈한 사이가 되었어요. 그러한 응원 하나하나가 힘이 되어서 지금까지 별집을 잘 운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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