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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가든어스

2022.07.08

가든어스

잿빛 도시에서 문득 초록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식물가게를 찾지만, 금세 발을 돌립니다. 내 손을 거쳐 간 생명이 몇이던가. 또 죄를 지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연쇄살식마에게도 한 줄기 빛이 생겼습니다. 플랜트 디자인 그룹 마초의사춘기 코퍼레이션 김광수 대표입니다.


글ㅣ전민지, 사진 제공ㅣ마초의사춘기 코퍼레이션




김광수 대표는 식물은 생명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반려의 대상이라는 걸 인지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새로 접한 단어 중에 ‘반려식물’이 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아마 반려동물에서 파생된 개념이겠지요. 식물을 반려의 대상으로 본다는 건 새롭지만, 당연한 시선입니다. 그동안 식물은 자연이나 공간의 일부라 여겨졌으니까요. 피곤할 때마다, 지쳤을 때마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초록의 품에 안겼으면서, 식물의 숨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김광수대표

마초의사춘기 코퍼레이션 김광수 대표



가든어스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문자 그대로 ‘지구를 가꾸고 지킨다(Garden Earth, Guard Earth)’는 뜻을 지닌 브랜드입니다. 식물, 자연과 관련된 활동을 통해 식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고, 식물을 순환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든어스

식물을 순환한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할까요? 제로웨이스트나 업사이클링과 비슷한 결인가요?

큰 관점에서 본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든어스가 말하는 순환은 조금 더 좁은 범위에 집중합니다. 바로 반려식물이죠.
분갈이 서비스를 통해 반려식물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돕고, 키우던 식물을 못 기르게 될 경우에는 다른 이가 분양 받을 수 있게 연계하는 입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죽은 식물이 방치된 화분이나 먹다 남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에 새 생명을 심어 식물의 터전으로 리디자인하기도 합니다.
소소하지만, 환경 오염을 줄이고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가든어스의 첫 시작처럼 꾸준히 환경친화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중입니다.




마초의사춘기

가든어스의 첫 시작이라, 궁금하네요!

플랜트 디자인 그룹 마초의사춘기 코퍼레이션은 플랜테리어 브랜드 마초의사춘기에서 출발했습니다. 플랜테리어 프로젝트를 여러 번 진행하다 보니, 버려지는 식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간을 꾸미고 남은 식물들이죠. 폐기물로 처리되는데, 실은 살아있는 식물이에요. 공간을 구성하는 소비재로만 여겨지고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서 SNS를 통해 원하는 분들께 나눠 주기 시작했어요.
소규모로 시작한 나눔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그렇다면 식물을 소비재로 인식하지 않도록 좋은 방법을 고민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식물순환 서비스 브랜드 가든어스를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을 사고파는 것보다는 키우던 식물을 소분해 사람들과 나누는 문화, 키우던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관리하는 문화를 견인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까요. 이를 지속가능한 친환경 가치로 순환시키는 선순환 고리를 엮어 나가고자 마초의사춘기와 가든어스를 아우르는 마초의사춘기 코퍼레이션이 탄생하게 되었죠.




마초의사춘기

마초의사춘기

슬로건이 독특해요. ‘Don’t Worry. No Die.’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거겠죠?

네. 식물에 관심 있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잘 키울 수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가든어스를 찾는 분들은 하나같이 “안 죽는 식물을 추천해주세요”라고 말씀하세요. 물만 주면 자란다고 알려진 스투키도, 물 한 번 안 줘도 쑥쑥 큰다던 다육이도 죽였기 때문에 잘 키울 자신이 없다면서요.
‘Don’t Worry. No Die.’(걱정 마, 죽지 않게 우리가 도와줄게)는 이런 분들을 위한 말입니다. 가든어스가 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게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알맞은 식물을 추천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아픈 식물을 데려오면 상황에 따라 분갈이를 하거나 영양제를 투입하는 등 집중 케어를 통해 회복시키죠. 오래도록 식물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가든어스

지점마다 개별적인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고 들었어요. 기본이 되는 플랜트 서비스 외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요?

가든어스는 식물 순환 가치를 공통으로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점마다 특화된 서비스가 다릅니다.




가든어스

가든어스

서울 연희동의 ‘플랜트 라이브러리’는 제 경험에 기반해 기획한 공간입니다. 마초의사춘기를 구상할 당시, 한국어로 된 조경 전문 서적이 거의 없어서 해외 서적을 많이 찾아봤거든요. 포토북, 원서 등 제가 찾아봤던 식물 관련 도서 120여 권을 비치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듯이, 누구나 손쉽고 편하게 반려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가든어스

가든어스

분당AK에 위치한 ‘플랜트 호텔’은 반려동물 호텔처럼 여행이나 출장 등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 반려식물을 맡길 수 있습니다. 체크인한 반려식물은 전문 가드너가 정성으로 보살핍니다. 신논현의 ‘플랜트 스테이션’은 GS칼텍스와 함께 운영 중인데, 여기서는 식물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집에 방치되어 있던 식물을 받아 다시 잘 관리해 원하는 사람에게 입양 보내는 거죠. 광명AK에 있는 ‘플랜트 랩’은 식물과 관련된 콘텐츠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든어스

식물에 대한 애정이 눈에 보여요.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마초의사춘기의 화보도 그렇고요. 애정 어린 시선 사이로 세련된 감각이 느껴져 찾아보니 디자이너 출신이었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플랜테리어 사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구호(KUHO) 파리 컬렉션 팀, 네셔널팀에서 5년간 몸담았습니다. 열정 넘치게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안 배움이 컸지만, 반대로 제시간에 퇴근한 적이 많이 없어요. 집에서는 잠만 자곤 했죠. 삭막한 일상이 달라진 건 식물 덕분이었습니다. 밤늦게 퇴근할 때면 아침에 봤던 것과 다르게 조금씩 꾸준히 자라는 식물을 보며 힘을 냈던 것 같아요.




마초의사춘기

‘지금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 있지만, 이 식물처럼 나도 조금씩 자라고 있는 거겠지.’ 하는 마음이었던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잖아요.
실은 회사를 그만두면 의류 브랜드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여느 때와 같이 농원에 갔다가 ‘나 이거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죠. 그게 마초의사춘기의 시작이었어요.




마초의사춘기

슬로건만큼이나 특이해요. 마초의사춘기. 어떤 뜻인가요?

마초의사춘기 코퍼레이션은 플랜트 디자인 그룹입니다. 식물과 관련된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린 라이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식물을 다루는 일은 섬세한 감각과 감성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주로 여성분들이 많이 종사하고 계시는데, 저는 남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마초’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사춘기의 복잡하고 미묘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으로 식물과 공간을 다룬다는 의미로 ‘사춘기’를 더했죠.
마초의사춘기 코퍼레이션은 2개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가든어스가 개인의 라이프에 맞춘 식물 추천과 판매, 관리를 하고 있다면, 마초의사춘기는 플랜테리어 조경 사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식물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비주얼을 담당하는 게 마초의사춘기고, 비주얼로 전달된 식물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이 지속되도록 돕는 것이 가든어스의 역할입니다.




마초의사춘기

최근 몇 년 사이, 플랜테리어라는 단어가 주목받았잖아요. 그에 따라 식물의 입지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식물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식물과 더 건강하게, 오래도록 함께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현명한 식물 구매가 필요해요. 무조건 예쁘다고, 유행한다고, 소장하고 싶다고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거예요. 하나의 생명을 잘 키울 수 있는지가 우선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든어스

결국 식물을 소비재로 인식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했던 가든어스의 시작으로 돌아가는 거네요. 식물을 대상화한다면 반려의 범주에 들어야 한다는 점이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돌고 돌아요. 마초의사춘기와 가든어스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니까요. 식물의 매력과 가치가 돋보이게끔 식물과 잘 어울리는 화기와 스톤을 매치해 판매합니다. 전문 화보처럼 사진을 찍죠. 시각 디자인, 가구, 인테리어,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인력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새롭고 색다른 시각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가장 중요한 점은 식물이 사진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사진을 연출하는 도구로 보이지 않도록요.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식물을 반려 대상으로 인지시키는 것이 마초의사춘기와 가든어스의 목표입니다. 개인 소유의 화분이나 텃밭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반려의 대상이요. 그래도 요새는 많은 분이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집사)를 자처하고 계셔서 뿌듯합니다. 제 욕심만큼은 아니지만요.




마초의사춘기

가든어스와 마초의사춘기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대표님의 지향점은 여전히 지구와 자연, 식물이겠지요?

저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가드너가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나 직업군에서만 자연을 신경쓰는 게 아니라, 서로 함께 식물과 자연에 대해 알아가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환경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드너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하고 있죠. 지금 운영 중인 호텔, 라이브러리, 스테이션, 랩과 플랜테리어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요.
현재는 수도권에서만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전국 단위로 움직이기 위해 서비스를 리빌딩하고 있습니다. 곧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마초의사춘기 코퍼레이션의 좋은 서비스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든어스

식물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어떤 자세와 태도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지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식물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 저는 “식물도 사람과 같습니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드립니다. 예컨대 “식물에게 영양제는 어떨 때 줘야 하나요? 한 번에 많이 줘도 괜찮은가요?”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죠. “식물도 사람과 같이 아플 때 영양제를 주시면 됩니다. 아프지 않을 때 영양제를 투여하면 효과도 없을 뿐더러 과습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영양제의 양도 천천히 필요한만큼 주세요. 사람도 한 번에 많은 약을 복용하면 오히려 탈이 나잖아요. 영양제의 효과를 봤다면 남은 영양제를 끝까지 비우지 않고 떼어 내셔도 됩니다.” 이렇게 사람에 비유해서 말씀드리면 쉽게 이해하시더라고요.
식물은 사람과 달리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의적인 움직임도 크지 않죠. 하지만 사람처럼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주면 잘 자란다는 연구 결과도 있잖아요. 식물과 사람은 함께 상생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 반려식물을 대하는 우리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요?




마초의사춘기        가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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