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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담다 새롭게 풀다, 미미달

2023.05.30




오래되고 촌스러운 것. 고지식하고 고루한 것. 하지만 너무 고고해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것. 우리가 막연하게 ‘어렵다’고 바라보던 전통을, ‘쉽고 재미있고 아름답게’ 현대적으로 풀어낸 브랜드가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로 유명한 미미달의 한상미 대표를 만나 전통을 향한 새로운 시선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글ㅣ전민지, 사진 제공ㅣ미미달






고려청자의 빼어난 비색을 고스란히 담아낸 스마트폰 케이스. 사진 한 장의 파급력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라는 게 알려지자 두 달 만에 2만 개가 팔렸거든요. 펀딩 플랫폼을 통해 알음알음 인기를 끌던 미미달의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일월오봉도, 고려청자, 단청, 궁보 등 여러 종류의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제품을 선보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떤 연유로 전통과 문화유산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요?
2017년에 혼자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일본의 전통 디자인이 반영된 상품을 많이 봤어요. 그게 큰 충격이었죠. 외국인을 위한 여행 기념품 코너가 아니라, 일본인들이 쓰는 생활용품이나 패션 잡화에 너무 자연스럽게 일본 전통 디자인이 녹아 있었고, 심지어 아주 예쁘고 자연스러웠어요.

반면, 한국 전통 디자인은 외국인 여행 기념품이나 값비싼 수공예품이 떠오르더라고요. 한국인들에게 한국 전통이 점점 외면받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우리 전통문화가 지닌 예스러운 아름다움이 현대의 쓸모와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때부터 전통문화를 담은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제품은 ‘고려청자 시리즈’일 것 같아요.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로 입소문이 나면서 2달 만에 2만 개가 팔렸다고 들었어요. 고려청자를 스마트폰 케이스에 접목할 생각은 어떻게 했나요?
고귀한 고려청자를 문화재로만, 작품으로만 고이 모셔두는 게 아니라, 깨지지 않고 매일 가지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일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현대인의 손에서 뗄 수 없는 핸드폰, 이어폰을 떠올리게 되었죠. 청자 특유의 반짝거리는 질감과 비색의 색감을 살리면서 잘 깨지지 않아 안전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케이스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왜 하필 고려청자였을까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지나치는 문화재를 찾았던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고려청자를 알지만, 그 안에 숨겨진 스토리는 잘 몰라요. 저도 몰랐거든요. 아주 옛날에는 옥이 귀해서 옥을 대신해 흙으로 푸른 도자기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 기술이 이어져 고려시대의 고려청자까지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고요하고 고고한 고려청자의 비색은 그 당시 고려와 송만 만들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의 집약체였어요.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 케이스를 제작할 때도, 천하제일 비색이라 평가받는 고려청자의 빛깔을 현대 감성에 맞게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어요. 8차례 100개가 넘는 샘플링을 거쳐 미미달만의 영롱한 비색을 찾았어요.


고려청자 시리즈는 스스로 ‘될 것 같다’ 싶을 정도로 자신 있는 제품이었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이 정도로 잘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어요. 펀딩으로 먼저 출시하면서 서포터를 1,600명 정도 모집했고, 5,000만 원의 모금액을 달성했어요. 그 이후에 국립중앙박물관 입점 공모를 통해 공식 굿즈로 판매하게 되었죠. 출시하자마자 눈에 띈 건 아니었어요. 출시한 지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국중박 굿즈’로 갑작스럽게 이슈가 되었죠. 정말 감사한 일이었어요.

고려청자 시리즈로 유명해지면서 회사 규모가 많이 성장했을 것 같아요.
일본 여행에서 돌아와 처음 만든 제품은 일월오봉도 필통이었습니다. 왕 어좌 뒤에 놓던 일월오봉도 병풍을 모티브로 만든 필통이었죠. 그때는 정식으로 브랜드를 런칭하지 않은 상태라 1인 창작자 입장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을 선보였어요. 감사하게도 630명의 후원자가 모여 1,800만 원가량의 펀딩 금액을 달성했어요. 그 이후 2019년에 정식으로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첫 해 기준으로 지금까지 매년 2배씩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야 하는 시스템이잖아요. 펀딩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펀딩이 막 런칭한 브랜드나 준비 중인 분들에게 굉장히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인지도가 없는 초기 스타트업은 신제품이 나와도 내 제품을 알릴 곳이 많이 없잖아요. 홈페이지에서 신제품을 출시해도 보러 와주는 사람이 없는 거죠. 그에 반해 펀딩은 새로운 제품에 목말라 있는 소비자들이 많고 가치 소비자들이 있는 플랫폼이에요. 스타트업에는 브랜드와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죠. 시장성을 파악하기도 좋고요.

그리고 소비자뿐 아니라 업계 분들도 주시하고 있어서 판매처를 확장할 수 있어요. 유통 채널 MD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안받기도 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기도 하고요. 여러 좋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펀딩 시스템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일월오봉도, 고려청자, 단청에 이어 최근 궁보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어요. 궁에서 쓰는 보자기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읽었는데, 이처럼 일반인들이 잘 모르지만, 좋아할 만한 전통을 찾아내는 발굴 능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모티브를 찾기 위해 따로 공부하지는 않아요. 그저 일상 속에서 모든 감각을 열어 두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대학 시절 내내 아이디어 상품 기획/개발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5년 정도 매주 2~3개씩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 발표하는 동아리였는데,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참신한 아이디어는 언젠가 고갈되니까요. 그래서 주변의 익숙한 사물, 익숙해서 오히려 지나치는 것들을 살피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마치 24시간 레이더망을 열어놓고 다니는 것처럼 부지런히 보고 느끼는 것이 습관화된 거죠.


영감을 얻기 위한 취미가 있나요?
혼자 여행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미미달의 첫 시작이었던 일월오봉도 필통도 혼자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아이디어를 얻은 거였어요. 낯선 환경에서는 익숙한 곳보다 훨씬 자극적인 인풋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그만큼 인상적인 아웃풋도 많이 나오게 돼요.





그동안 전통 문양을 활용한 제품이나 브랜드가 큰 성공을 거둔 경우가 없어요. 그에 반해 미미달은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지요. 미미달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생각하나요? 특히 젊은 층의 이목이 쏠린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궁금해요.
디자인 제품은 예쁘고 실용적인 건 당연하고, 그 브랜드만의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통 문양을 활용하는 브랜드가 많지 않았을 때는 전통 문양 활용 자체가 차별점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전통 브랜드가 많아져서 더 이상 차별점이 되지는 않거든요.

미미달의 차별점은 스토리예요. 미미달은 스토리텔러로서,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단순히 전통 문양을 시각적으로 그려 넣는 게 아니죠. 저는 제품을 디자인할 때 눈에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들리는 디자인을 한다고 표현해요. 제품에 담긴 문화재 이야기가 제품의 가치를 높여주고 미미달의 제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고려청자는 값비싼 옥을 대신해 흙으로 빚은 비색 도자기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궁에서 쓰던 보자기인 궁보는 보자기에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함께 싸서 보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전통은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지점이 있어요. 왠지 고고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가치를 이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자칫 잘못하면 폄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항상 어려워요. 너무 많이 변형하면 전통을 훼손하게 될 수 있고, 그대로 사용하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어요. 그래서 디자인하기 전에 해당 문화재에 관해 공부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변형할 것인지에 대한 선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고려청자는 학이 구름 사이로 날아올라 가는 문양이기 때문에 학의 방향은 위를 향하게 했어요. 그리고 단청 우산을 디자인할 때는 무형문화재 단청장님을 찾아 뵙고 자문을 구했고요. 문화재 고유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치를 최대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미달의 노력 덕분에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던 전통이 세련되고 힙한 것으로 탈바꿈됐어요. ‘촌스럽다’, ‘고지식하다’와 ‘세련됐다’, ‘힙하다’의 경계는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나요?
그 경계는 한 끗 차이고 주관적이어서 사람마다 기준이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살아온 문화적 배경에서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미미달은 전통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대중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따라서 대중이 촌스럽다 보다는 ‘세련됐다’, ‘힙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전문가, 비전문가 등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디자인하고 있어요. 제작 과정도 공개해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제품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미미달은 한 대표님의 전공(금속공예)과는 다른, 디자인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잖아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창업하면서 겪은 모든 과정이 어려웠어요. 제가 만든 제품을 좋아해 주는 소비자들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1인 브랜드다 보니까 제가 관심이 없고 문외한인 분야의 일도 모두 혼자 도맡아야 했어요. 세무, 노무, 회계, 마케팅 등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분야가 다 어려웠죠. 초기에는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기도 하고, 창업센터에 입주해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브랜드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성장했어요.


브랜드 이름을 미미달로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BI에 담겨 있는 뜻도 알려주세요.
미미달이라는 이름에는 미미달이 제품을 만드는 모토와 미미달이 생각하는 전통문화에 대한 정의가 담겨 있어요.

‘미미’는 주는 기쁨과 받는 기쁨을 전하는 선물을 만든다는 미미달의 모토를 담고 있어요. 아름다울 미(美)에 선물상자 모양을 형상화했는데, 하나는 열려있고 하나는 닫혀 있죠. 열린 선물상자는 선물을 주는 사람의 기쁨을, 닫힌 선물상자는 선물 받는 사람의 기쁨을 상징해요.

‘달’은 미미달이 생각하는 전통문화를 뜻해요.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초승달, 반달, 보름달과 같이 우리 눈에 보이는 외형이 바뀌지만, 그 존재의 본질과 가치를 변하지 않아요. 이 점이 전통과 같다고 생각해요.

한상미 대표님이 생각하는 전통은 ‘달’과 같은 걸까요?
네. 미미달의 ‘달’이 뜻하듯이 외형은 변해도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이요. 아마 이 순간도,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복장도 언젠가는 전통이라고 불리는 날이 올 거예요.


‘이거 꼭 한번 다뤄보고 싶다’ 같이 욕심이 나거나 눈여겨보고 있는 전통이 있나요?
아직은 비밀이에요!


한상미 대표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미미달을 시작할 때부터 저의 꿈은 한국 전통문화의 대중화가 꿈이었어요. 지하철을 타면 가끔 미미달 제품을 쓰시는 분들을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날은 정말 기분이 좋아요. 언젠가는 전 세계 어느 곳에 가도 미미달 제품을 쓰는 분들을 마주치기를 바라요. 그만큼 한국 문화를 많이 알렸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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